살아가는일들

<img src="http://blogimgs.naver.com/nblog/ico_scrap01.gif" class="i_scrap" width="50" height="15" alt="본문스크랩" /> 너클볼의 지존 필 니크로

카르젝 2006. 12. 4. 20:00

 

'노력의 대명사' 필 니크로(Philip Henry Niekro)

 

오래된 야구 격언에 이런 말이 있다. "너클볼 투수를 팀에 넣지도 말 것이고 너클볼 투수를 상대하지도 말지어다"란 얘기가 그것이다.

 

이런 말이 나왔던 이유는 너클볼이란 구종 자체가 워낙 컨트롤하기 어렵기 때문에 너클볼 투수가 팀에 있으며 감독의 입장에서 속이 터지는 경우가 많고 상대 투수가 너클볼 투수인데 그 날 컨트롤이 잘 된다면 우리 팀이 고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너클볼은 많은 구종 중 가장 컨트롤하기 어렵고 포수가 잡기도 어려우며 타자들을 혼란에 몰아넣기 가장 좋은 구질로 꼽힌다. 결국 한마디로 말해 너클볼 투수가 우리 팀에 있어도 골칫거리가 될 수 있고 상대 팀에 있어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이런 너클볼 투수 중 최고봉으로 꼽히는 이가 바로 필 니크로(66)다. 1964년부터 87년까지 24시즌동안 통산 318승을 거두었고 200이닝 이상을 20시즌이나 기록했다. 올스타에도 5번 선정됐고 골드글러브도 5번 수상한 투수다. 5살 어린 동생 조 니크로 역시 너클볼 투수로 이름을 날리며 67년부터 88년까지 통산 221승을 거둬 형제 합작 539승으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어느 형제 투수보다 많은 승리를 올렸다. 1997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으니 개인적으론 더 이상 바랄 나위 없을 명성을 야구사에 남겼다.

 

48세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뛴 니크로는 노력의 화신으로 알려져 있다. 오하이오주의 작은 탄광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그 곳 아마추어 리그에서 투수였던 아버지에게 너클볼을 배웠다. 어린 시절부터 너클볼의 완벽한 컨트롤을 익히기 위해 뒷뜰에서 가족들 누구라도 붙잡고 연습을 하곤했다. 아버지는 물론, 어머니, 동생 조, 심지어 여동생에게도 자신의 공을 받아달라고 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 우수한 성적을 내서 프로팀에서 자신을 불러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어느 한 팀도 그에게 눈길을 보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뛰던 탄광촌 리그에서 던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야구를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당시 밀워키 브레이브스 스카우트가 그의 투구에 매료됐고 계약에 성공하며 루키리그로 가게 되었다. 하지만 1959년 어느 경기에서 비참하게 난타당했고 방출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니크로는 거의 사색이 되었고 이를 불쌍하게 여긴 감독 덕분에 밀워키의 클래스 D 클럽으로 옮기게 되었다. 니크로는 이 곳서 7승 1패를 거두며 방출 위기를 넘기게 된다.

 

하지만 너클볼을 완벽히 컨트롤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너클볼을 던졌고 컨트롤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그 후로도 5년간을 마이너 팀을 전전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니크로의 너클볼을 마스터하기 위한 노력은 멈출 줄 몰랐고 결국 과거 그를 집요하게 쫓아 다니던 패스트볼, 볼넷 허용 등이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된다.

 

니크로는 마침내 25살이란 루키로는 적지 않은 나이에 메이저 리그에 데뷔를 하게 된다. 그 이후에도 고난은 그치지 않아 데뷔 후 3년간은 중용되지 않았다. 결국 1967년 처음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게 되고 그제서야 성공 가도를 달린다.

 

노히트노런도 기록했던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꼽는 것은 당시 양키스 소속으로 300승에 도전한 경기다. 이미 46살의 노장이었던 그는 이 날 경기를 앞두고 자신을 그 때까지 이끌어준 너클볼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그는 이 날 마지막 상대 타자 제프 버로스(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 션 버로스의 아버지)를 상대할 때까지 너클볼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직구의 구속이 130km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면도날 제구력과 구속 변화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으며 당시로는 13번째로 300승 투수 대열에 오르게 된다. 이 경기를 통해 그는 최대 주무기를 포기한 채 투수에게 있어 컨트롤과 구속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후배 투수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니크로는 97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때 어린이 리포터와 인터뷰할 시간을 가졌다. 어린 리포터는 자신이 리틀야구 선수이며 조언을 해달라고 질문을 던졌다. 여기서 니크로가 한 대답은 모든 야구 선수들이 평생 귀감을 삼을 수 있는 명언이었다.

 

"나는 리틀야구에서 뛰어 본적이 없단다. 하지만 내가 어린 야구 선수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은 바로 연습, 연습 ,그리고 또 연습이란 말이야.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라고 느꼈을 때 연습을 조금 더 하라구. 그리고 이 정도면 어느 누구 못지 않겠다고 생각될 때 조금 더 연습을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거다"고 말해주었다.

 

선수라면 누구나 노력이 실질적인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바로 실천 여부일 것이다. 실제로 흘린 땀의 보상과 귀함을 누구보다 잘 알았고 실제 성적으로 보여준 니크로는 후배 선수들의 영원한 귀감으로 남을 것이다.

 

【송재우의 MLB 토크박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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